대장내시경 검사를 마치고 정신이 들었을 때,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용종이 몇 개 있어서 떼어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합니다. '혹시 이게 암은 아닐까?', '나중에 암으로 변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죠.
저 역시 첫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었을 때, 그 작은 혹 하나가 내 몸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동안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검사 중에 용종을 발견하고 제거했다는 것은 암으로 가는 길목을 미리 차단했다는 '축하받을 일'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용종의 종류와 그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선종'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모든 용종이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다
용종(Polyp)이란 장 점막의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나 돌출된 모든 혹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장에 생긴 '사마귀' 같은 존재죠. 이 용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비종양성 용종: 염증성 용종이나 증식성 용종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도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모양이 예쁘고 크기가 작다면 때로는 제거하지 않고 지켜보기도 합니다.
- 종양성 용종(선종):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녀석입니다. 대장암의 90% 이상이 바로 이 '선종'에서 시작됩니다. 지금은 암이 아니지만, 방치하면 5~10년 뒤에 암세포로 변할 수 있는 '암의 씨앗'입니다.
왜 선종은 '암의 씨앗'이라고 불릴까?
선종은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커지고, 세포의 모양이 점점 더 험악하게 변하는 성질(이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전문가들의 자료를 찾아보며 놀랐던 점은, 선종의 크기가 2cm를 넘어가면 그 속에 암세포가 숨어있을 확률이 35~50%까지 올라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행히 선종이 암으로 변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시경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 씨앗이 싹을 틔우기 전에 미리 뿌리째 뽑아버리는 전략을 쓰는 것이죠. 검사 도중 용종을 뗐다는 말을 들었다면, 암이 될 후보를 미리 제거했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결과지에 적힌 '관상 선종'과 '융모 선종'의 차이
조직검사 결과지를 받아보면 어려운 단어들이 적혀 있습니다.
- 관상 선종: 가장 흔한 형태이며 암으로 변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 융모 선종: 현미경으로 봤을 때 털처럼 삐죽삐죽한 모양을 가졌는데, 관상 선종보다 암으로 변할 위험이 훨씬 높습니다. 만약 결과지에 '융모'라는 단어가 보이거나 '고도 이형성'이라는 표현이 있다면, 의사 선생님이 다음 검사 주기를 매우 짧게 잡으실 겁니다. 이는 재발이나 다른 부위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므로 지침을 엄격히 따라야 합니다.
제거했으니 끝일까? 재발의 가능성
용종을 떼어냈다고 해서 그 자리에 다시 생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용종이 생겼던 장 환경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즉, 다른 부위에 새로운 용종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통계적으로 용종을 한 번 제거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새로운 용종이 생길 확률이 30~50%가량 높습니다. 그래서 첫 검사에서 선종이 발견되었다면, 그다음 검사는 5년이 아니라 1년 혹은 3년 뒤로 당겨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비옥한 땅을 척박하게 만들기
용종(씨앗)이 잘 자라는 장 환경(토양)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름진 음식과 가공육은 용종에게 비료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대신 거친 식이섬유와 깨끗한 물을 충분히 섭취하면 장내 환경이 정화되어 새로운 용종이 생기기 힘든 환경이 됩니다. 저는 용종 제거 후 매일 아침 사과 한 알과 충분한 수분 섭취를 습관화했는데, 다음 검사에서 장 상태가 훨씬 깨끗해졌다는 소견을 들었을 때의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핵심 요약
- 대장 용종 중 '선종'은 방치할 경우 암으로 변할 수 있는 전암 단계의 혹입니다.
- 용종의 크기가 클수록, 조직 형태가 융모형일수록 암으로 변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 내시경을 통한 용종 절제술은 대장암을 조기에 예방하는 가장 확실하고 물리적인 방법입니다.
- 한 번 용종이 발견된 경우 재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가 권고하는 짧은 추적 관찰 주기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